노무현 대통령님.
비루하고 넌더리나는 일상중 어느날 아침 당신의 서거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실인지 잠결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한참동안 TV 화면을 들여다 보다가
"개새끼들... 개새끼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 만들어진 정태춘의 이 노래가
오늘 여기에서 여전히
가슴 속에 켜켜히 쌓이는 울분과 회한과 고통과 슬픔과 함께 갈무리됩니다.
부디, 영면하십시요.
그대, 행복한가
정태춘 작사/작곡
그대, 행복한가
스포츠 신문의 뉴스를 보며
시국을 논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어린이 유괴 살해 기사는 있지, 있어
그대, 행복한가 보수 일간지 사설을 보며
정치적으로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점심 굶는 어린애들 얘기는 있지, 있어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 중 누가 그 애들을 굶기고 죽이는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행복한가
시장 개방, 자유 경제, 수입 식품에
입맛 돋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칼로리와 땀 냄새는 있지, 있어
그대, 행복한가 주한 미군 기동 훈련과 핵무기에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평화와 인도주의의 구호는 있지, 있구 말구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 중 누가 그것들의 희생양이며 표적인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행복한가 거듭나는 공화국마다
그 새 깃발을 쫓아 행진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민족과 역사의 거창한 개념은 있지, 있어
그대, 행복한가 막강한 공권력과 군사력에 고무 받으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도 보호하고 지키려는
그 무엇은 있지, 그 무엇이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우리 중 누가 그것들의 대상이며 주인인지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알고 있나
끊임없이 묶여 끌려가는 사람들을 매도하시는 그대, 그대
그래, 거기에 그들을 가두는 법전과 감옥이 있지.
법전과 감옥이
그대, 알고 있나
노동하는 부모 밑에 노동자로 또 태어나는
저 아이들, 아이들
그래, 저들은 결국
다른 무엇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없다는 것을
그러나,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들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정말 알고 있나, 알고 있나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대 알고 있나, 정말 알고 있나
그들의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옥철 묵시록 (0) | 2010.11.06 |
---|---|
위문편지와 민방위교육 (0) | 2010.11.06 |
열병을 치유하는 예수 (0) | 2010.11.02 |
2010년 11월 2일 화요일 날씨 흐림 (0) | 2010.11.02 |
메밀소바 (0) | 2009.08.14 |
고모 (0) | 2008.04.21 |
그림자 (0) | 2008.03.29 |
때로는... (0) | 2008.03.16 |
태안에 다녀왔습니다. (0) | 2008.03.15 |
지갑 (2) | 2008.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