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ism, 譫妄,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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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바뀔 때마다 어떤 음악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특정 달에는 유난히 그와 관련된 음악이 생각나기도 한다. 4월이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이 바로 Prince의 <Sometimes It Snows In April>이다. 80년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였으며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했던 천재였으며 무대 위에서는 배우 뺨치는 카리스마를 내뿜던 만능엔터테인너 프린스가 스스로 감독, 주연한 영화 <Under the Cherry Moon>의 사운드트랙으로 발표한 앨범 <Parade>에 수록된 곡이다.

뮤지컬 영화인 <Under the Cherry Moon>은 양아치인 크리스토퍼 트레이시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이기에 이 곡 <Sometimes It Snows In April>과는 내용 뿐 아니라 분위기도 전혀 다르지만, 이 곡에는 간혹 4월에 눈이 내리게 되면 더더욱 가슴 속에 파고드는 쓸쓸함이 묻어있다. 



                                 Sometimes It Snows In April
                                                                             by Prince and The Revolution

오랜 전쟁 후 트레이시는 곧 죽어버렸어
내가 그의 마지막 눈물을 닦아주었지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잘 된것 같아
여기 남겨있는 머저리같은 세상보다야
훨씬 낫겠지

트레이시는 내 유일한 친구였기에, 나는 종종
그를 생각하며 울었어
그런 친구를 다시 만나긴 힘들것 같아
그를 다시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었어
하지만 때때로 뻔한 인생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하지

Tracy died soon after a long fought civil war,
just after I'd wiped away his last tear
I guess he's better off than he was before,
A whole lot better off than the fools he left here
I used 2 cry 4 Tracy because he was my only friend
Those kind of cars don't pass u every day
I used 2 cry 4 Tracy because I wanted to see him again,
But sometimes sometimes life ain't always the way


4월인데도 가끔은 눈이 내려
그럴때면 기분이 정말 지랄같아
어떨땐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하지만 좋은 건 영원할 수 없는거라고들 하더군

Sometimes it snows in April
Sometimes I feel so bad, so bad
Sometimes I wish life was never ending,
and 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비를 맞으며 두 손을 마주잡은 연인들을 위한 계절이기에
나는 언제가 봄을 제일 좋아했었지
그러나 이제 봄은 트레이시의 눈물만을 떠올리게 해
사랑을 위해 울 뿐, 결코 고통때문에 울지는 않았지
트레이시는 죽음따윈 두렵지 않다고 했어
그리고는 나를 어이없게 하는 의연한 죽음을 맞이했어
그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어느 누구도
트레이시처럼 울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지

Springtime was always my favorite time of year,
A time 4 lovers holding hands in the rain
Now springtime only reminds me of Tracy's tears
Always cry 4 love, never cry 4 pain
He used 2 say so strong unafraid to die
Unafraid of the death that left me hypnotized
No, staring at his picture I realized
No one could cry the way my Tracy cried

4월인데도 가끔은 눈이 내려
그럴때면 기분이 정말 지랄같아
가끔, 아주 가끔은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하지만 좋은 건 영원할 수 없는거라고들 하더군

Sometimes it snows in April
Sometimes I feel so bad
Sometimes, sometimes I wish that life was never ending,
And 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꿈 속에서 나는 종종 천국의 꿈을 꾸곤 하는데 거기에 트레이시가 있었어
다른 친구도 사귀었더군
아마도 트레이시는 4월에 내리는 눈에 대한 답을 찾았을 거야
언젠가 나도 트레이시를 다시 볼 수 있겠지

I often dream of heaven and I know that Tracy's there
I know that he has found another friend
Maybe he's found the answer 2 all the April snow
Maybe one day I'll see my Tracy again


4월인데도 가끔은 눈이 내려
그럴때면 기분이 정말 지랄같아
어떨땐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하지만 좋은 건 영원할 수 없는거라고들 하더군

Sometimes it snows in April
Sometimes I feel so bad, so bad
Sometimes I wish that life was never ending,
But 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좋은 건 영원할 수 없는거라고들 하지
그리고 사랑이란, 지나가버리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야

All good things that say, never last
And love, it isn't love until it's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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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LP시대

음악2008. 3. 16. 03:18

생각해 보니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군. 댄스뮤직과 롤러스케이트에 정신을 팔며 신림동 일대를 헤집고 다니던 양아치가 Judas Priest와 AC/DC를 처음으로 접한지가. 그리고 그 양아치에게 Judas Priest와 AC/DC를 소개해 준 친구의 학교밴드가 축제랍시고 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서 스피커 몇 개 늘어 놓고 공연할 때, Rainbow의 <Difficult to cure>와 Loudness의 <Like hell>을 연주하던 그들을 감탄과 충격으로 바라 보았던 때가.

물론 나중에서야 그들이 어떤 곡을 연주했는지를 알았지만,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멜로디를 기타로 연주하고 댄스뮤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비트의 <Like hell>은 그때로선 경외 그 자체였다.
락음악에 상당한 조예가 있었던 그 친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나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락음악이 왜 그렇게 소란스러운지, 락음악하는 이들의 머리가 왜 긴지, 락음악하는 이들의 무대 매너와 의상은 왜 그렇게 기괴한지, 그리고 우리는 왜 열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답은...

저항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꼬드김에 넘어갔다. 그러고 나자 어느새 신림동 양아치가 저항의 기수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인식은 실천이 따라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인식은 무지보다 못하다.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고, 몇 차례의 위기를 교묘히 모면하긴 하였으나 결국 학주(학생주임 선생님)의 손에 잡혀 앞머리가 한웅큼 잘려져 버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가르마를 반대로 하여 잘려진 머리를 커버하며 한동안을 버티기도 했다. 결국 그 저항도 오래가진 못했지만...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소유하고 싶어진다. 처음에는 그저 테잎만을 사기 시작했는데, 점차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레코드를 쭉 늘어놓고 듣고 싶은 앨범을 쑥 꺼내서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음껏 듣는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내가 음악 듣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셨던 아버지를 둔 덕에  나는 테잎으로라도 음악을 듣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지만, 테잎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음의 세계가 턴테이블 위에는 있었다. 결국 나는 내 힘으로 턴테이블을 구비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는 어림도 없었기에 일요일마다 노가다를 해서 돈을 모았다. 마침내 이 정도면 턴테이블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되는 돈이 모이자 종로 3가에 있는 세운상가로 달려갔다.
근 세시간여를 친구와 같이 세운상가를 헤집고 다니며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내 맘에 차는 턴테이블을 골랐다.

12만원에 턴테이블을 사서 들고 나오면서 나는 입이 귀밑에 걸리도록 좋아하였고, 친구는 말했다.
"기념으로 앨범도 한 장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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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 앨범이 Pink Floyd의 <The Wall> 해적판.
내 방에는 카셋트덱크와 라디오가 함께 있는 인켈 뮤직센터가 있었지만,  턴테이블을 AUX단자에 연결하면 레코드를 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모든 조건을 완료하고 The Wall의 비닐을 찢어내고 판을 꺼내 조심스럽게 턴테이블에 올려 놓은 후, 엄지손가락으로 바늘을 들어 회전하고 있는 판의 첫 트랙의 빈 공간 위에 조심스럽게 바늘을 내려 놓자, 해적판 특유의 심한 잡음과 함께 트랙을 도는 바늘 끝의 미묘한 떨림이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In the flesh?>의 전주가 시작되었다.

아... 그 때의 감격이란...

그렇게 내 인생의 LP시대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LP의 제조 원가가 CD의 제조 원가보다 비싸다는 경제논리와 음질의 차이(판이 튀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어떠한 CD도 LP보다 나은 음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리고 편이성의 차이 때문에 LP가 사라져 가는 것을 분노한 가슴을 끄러안고 지켜보아야만 했다.
결국 내 인생의 LP시대는 채 십년도 안되는 셈이다.

LP가 CD보다 더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LP가 좋은 점은, LP는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LP는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음을 제공해 준다. 사랑과 정성을 쏟는 만큼 LP의 가치는 더 커지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류가 자신들의 역사를 써 오면서 언제나 추억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지만, 이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설레임과 기대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LP를 듣던 시절에 나는 사고 싶던 새로운 앨범을 구하면 먼저 비닐을 벗겨내고 내용물을 확인한 후, 속지의 해설과 가사(없는 경우도 많았지만)를 꼼꼼히 읽고 알파벳순으로 된 앨범들 사이에 그 앨범을 넣어 둔 다음, 약 일주일 동안 흐뭇한 기분으로 그 앨범이 내 앨범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 하며, 과연 그 앨범을 듣는 날에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하는 기대감 자체에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것은 어떠한 경제 논리나 편이성으로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CD는 그런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나 자신 역시 LP시대의 나와는 많이 변해 있기에 세상이 변해 가는 것을 탓할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십년쯤 후에는 CD 세대들이 다시 CD시대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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